송계옥과 효계, 그 다음은 한국계를 방문했다.
유명가수가 오픈했다고 알려져있는데,
잠실본점 말고도 몇곳이 더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브랜딩에 신경을 많이 쓴것같아,
맛도 볼겸, 공부도 할겸 찾았다.
메뉴판만 봐도 얼마나 전문적으로 공들여서 준비했는지 보인다.
무섭게 지점이 늘어나고 있는 팔각도도 보면
한국계와 마찬가지로 브랜딩이 잘된 느낌을 한번에 받을수 있다.
모둠구이에 대부분의 부위가 들어가있어서,
모둠 2인, 버터닭껍질볶음밥, 음료하나 주문!
밑반찬은 송계옥, 효계에서 느꼈던 대부분의 아쉬움이
보완된 느낌을 받았다.
너무 달지도, 너무 깔끔하지도 않게
깔끔한 음식과, 적당히 기름져서 풍미를 주는 음식들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모둠 2인이 나왔다.
조그만 나무 팻말에 부위설명이 적혀있고,
구워먹을수 있는 야채가 함께 나온다. 분위기에 맞는 접시와 나무 팻말 몇개,
색감맞춘 야채몇개, 대나무 잎 잘라서 두개를 꼽아줬는데
되게 그럴싸 해보인다. 무엇을 팔때 이런것들을 배워야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
아무것도 아닌걸로 그럴싸하게 꾸미는 방법.
적은 양으로도 푸짐하게 보이는 방법.
고기가 나오자마자 기대를 품고 시작하게 된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곳은 구워주지 않는다.
구워준다는 리뷰도 있었지만
이 날에 구워준 테이블은 없었다.
앞서 닭고기는 원육에서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 했는데,
한국계는 꽤 차별성이 있었다. 어떻게 저 부위들을 다 수급하고 유통했는진 모르겠지만
부위도 훨씬 다양하고,
닭목살은 다른곳보다 빵(크기)이 훨씬 컸다. 닭안창(팔각도), 가랭이살(효계)이라고 부르는 부위를
이곳에선 갈비뼈살이라고 연골에 붙여 나왔다.
개인의 취향으론 연골만 파는곳에서 먹어보면
이걸 돈주고 사먹을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여기엔 연골에 안창살을 붙여 나오니
맛있게 먹을수 있어, 충분히 주문할 근거가 생겼다.
보통 지방에 위치한 닭유통업체는
저렇게 부위를 하나하나 만들어주기 힘들다.
손이 많이가는데 그만큼 수요는 없기 때문. 닭안창살이라 부르는 부위도
요근래에 취급하는 업체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렇다고 저 부위를 팔기위해
가게에서 닭을 한마리씩 잡을 수도 없으니
유통업체를 어떻게 잘 구하고 거래하냐도
가게운영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버터닭껍질볶음밥을 주문했다.
양이 많다. 2-3명이서 나눠먹으면 좋을양.
버터가 들어가고 닭껍질도 중간중간 씹히는데
혼자 다 먹기엔 조금은 기름지다.
나눠먹으면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마늘향도 좋고, 간도 좋았다. 다만, 이날 손님이 많았는데 직원들의 실수가 있었다.
추가 주문을 누락한것 이외에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화장실이 어디냐는 말에 보지도 않고
손으로 툭 가리키는 매니저의 행동에
잘 식사하고도 기분을 망치고 나왔다.
관리자급의 말과 행동, 분위기를 보면
그 밑에 일하는 직원들, 가게의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잘 준비되었지만 너무 급격하게 성장해,
서비스가 음식의 질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계
서비스의 질이야 충분히 교육을 통해
수정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다.
균형잡힌 반찬과 소스구성, 다양한 부위만 놓고봐도
다른곳과는 충분히 차별성이 있다.
메뉴판부터 인테리어, 메뉴구성, 플레이팅까지
완성도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완성도 높은 가게로 하나하나 배울게 많았다!
한국계에서의 인사이트 -
균형잡힌 맛과 구성이 주는 힘
소금, 와사비, 날치알 마요네즈, 매콤한 빨간소스,
상큼하면서 새콤달콤한 머스타드소스,
신선한 깻잎, 매콤하게 양념된 부추, 열무김치, 고추지,
구워먹을수 있게 준비된 김, 시원한 오이냉국
효계 때 말했던 거의 모든 맛의 스펙트럼을 다 훑고
지나가는 구성이다. 이렇게 세팅이 되면 소비자는
물릴틈 없이 비교적 오래 먹게된다.
오래 먹게된다는건 단순히 추가구매로 이어져 매출이
상승한다는걸 넘어, 이 가게를 나설때 덜 부담스러운
배부름을 갖고 나갈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먹을땐 좋지만 다먹고 나갈때
기름진 입과 더부룩한 속으로 나가게 되면
머릿속에 이 곳은 마냥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남진 못한다. 그래서 깔끔하게 마무리할수 있는 식사메뉴나
나갈때 커피한잔이라도 뽑아 먹을수 있게 세팅해놓는것도
마지막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런점에서 한국계는 식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지루할틈없이 다양하게 고기를 즐기고 나올수 있어 좋았다.
한국계에서의 인사이트 -
고깃집에서 특히 중요한것
이틀동안 남이 구워준 고기를 먹다(송계옥, 효계)
직접 구워먹으려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단가도 여기가 더 높다.
당연히 부위가 더 다양하고
밑반찬, 소스가 더 만족스럽긴 했지만
보통의 소비자들은 메뉴판에 적힌 가격만 기억한다.
2인모둠구이가 몇g인지 명시도 되어 있지 않아서
소비자 입장에선 그냥 앞서 다녀온 가게보다 비싼가게로
머릿속에 남아버린다. 얼마전 고반식당 대표님의 영상에서 나온말을 빌리자면,
최근 이름날리는 신생 고깃집 브랜드 10곳 중
직접 구워먹는곳은 1~2군데 뿐이라 한다.
고기는 굽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
특히 숯을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반식당 대표의 경험담을 한번더 빌리자면,
초반의 고반식당을 운영하던시절 높은 인건비 때문에
지점 두곳을 구워주지 않는 가게로 세팅했다한다.
그런데 결국 두곳은 모두 폐점했다.
비싼 돈을 냈는데 고기까지 알아서 구워먹으라고 한다면
손님들은 기분이 썩 좋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대표는 그 패인을
‘진정한 고기맛을 손님들이 보지 못해,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고깃집의 홀직원은
단순히 음식을 나르는 서버의 개념보다
하나의 음식을 마무리하는 조리사의 개념에 더 가깝다.
주방에서 잘 준비된 음식이 마지막 손님의 입까지
어떻게 잘 전달될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고깃집에서 특히 중요하다.
한국계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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