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쯤, 간단하게 저녁밥을 먹으러
늘 지나던 골목, 골목석쇠라는 가게를 방문했다.
눈에 안 띄는 위치는 아니지만,
유리창을 시트지로 다 가려놔서 그런지
가게로 들어서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석쇠불고기라는 메뉴가 개인적인 취향일지 몰라도
그리 자주 찾게 되진 않는다.
그래도 밥 한 끼 먹는 데는 괜찮은 메뉴인 것 같아,
마음먹고 들어가 본다.
저녁 6시경인데 내부는 한산했다.
사장님과 가족분으로 보이시는 한분이 함께 앉아,
재료를 다듬고 계셨다.
나는 석쇠불고기(1인분)를 주문.
메뉴는 금방 나왔다.
어묵볶음, 우엉조림, 무말랭이, 멸치볶음, 콩자반,
쌈채소, 찍어먹을 된장이 나오고,
메인메뉴 석쇠불고기가 나왔다.
밑반찬 간도 다 적절하고 석쇠불고기에 불향도,
양념도 아주 맛있게 잘 입혀져 나왔다.
상추도 넉넉히 주시고 특히 찍어먹는 된장이
시중에 파는 공산 쌈장이나 된장이 아니라
직접 만드신 것 같았는데 할머니집에서 맛볼법한
정겨운맛 + 적절한 대중적인 맛에 쌈으로 손이 계속 간다.
고기 양도 1인분치고 넉넉히 주셔서 맛있고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 있었다!
다만 모든 밑반찬들이 차게 나왔는데,
아마 오픈할 때 미리 준비해 놓고 손님이 오면 퍼주는 식인 듯했다.
석쇠불고기 또한 양념이나 불향이 입혀져 다 맛있게 나왔는데, 나올 때 담겨 나온 석쇠가 손으로 잡아도 검게 묻어 나와서 흠칫하게 됐다.
저 석쇠를 이용해 조리를 하고 바로 나오는 건진 모르겠지만, 검게 그을음 가득 묻은 석쇠 위의 고기를 집을 때면 괜히 신경 쓰이고 닦아 먹고 싶게 됐다.
청국장 맛집이라고 몇 개의 리뷰가 올라온 걸 봐선,
석쇠불고기만큼 청국장을 많이 시켜 먹는 듯하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고기가 메인인 한상차림을 만원에 먹는다는 게 쉽진 않다.
특히 한식특성상 이것저것 밑반찬이 준비되어야 하고 거기에 따른 인건비도 모조리 다 상승했으니 쉽지 않은 장사지만,
기본적인 고객만족을 탄탄히 이루고, 적절한 가격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골목석쇠에서의
인사이트
최대한의 노출
현수막을 달고, SNS광고를 하고, 화려한 간판을 달고.
모두 소비자들에게 우리가게를 최대한 노출 시키기 위함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가게 앞 지나가는 행인들이 들어오게끔 만들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런 시트지는 피해야 한다.
길을 지나다 보면 안에 어떤 인테리언지,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넓은지 좁은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특히 저런 슬라이딩도어는 날 좋은 날 열어놓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들어오라고 꼬시기 좋은 형태인데,
그저 벽면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다양하게 내걸고 싶은 메뉴들은
오른쪽 현수막 쪽 공간을 잘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전문성에 대해
이곳 상호는 골목석쇠지만 내걸린 메뉴는 석쇠불고기를 제외하고 상호와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밖에 붙어있는 소곱창전골, 동태탕, 청국장백반, 돼지갈비 한 냄비, 손칼제비, 메기매운탕, 어탕국수 의 메뉴들을 보면 이곳에서 어떤 음식을 시켜 먹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게 위의 메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해도, 소비자입장에서 먹어봐야 안다.
하지만 먹어보기까지의 문턱이 너무 높다.
보통의 소비자들은 소곱창전골, 메기매운탕을 먹으러 석쇠불고기집에 가진 않는다.
실제로 나오는 음식이 어떻든, 가게첫인상이 주는 전문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게 된다.
어쩌면 석쇠보다는 백반집을 컨셉으로 이름을 짓고
메뉴들을 정리했으면 훨씬 구매문턱이 낮아지진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가게가 주는 분위기도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손님이 바글바글한 가게에서 먹는 것과,
한산한 가게에서 혼자 앉아 먹는 것은
기억에 크게 다르게 남는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준비된 자세에서 어서 오세요 하며 안내받는 것과
앉아있다가 주섬주섬 안내를 받는 것은
어쩌면 맛뿐 아니라 가게문을 나선 후
최종적인 기억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는
음식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음식의 맛, 공간이 주는 분위기, 직원들의 서비스 등
입장과 동시에 가게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가격에 합당하게 설득당한 소비자들은 재소비를 하고, 가게는 건강하게 운영되어진다.
남의 지갑에서 돈 빼오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하양 골목석쇠
석쇠불고기와 밑반찬 음식을 맛보면
다른 메뉴들의 맛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앞서 말했듯 음식은 다 맛있어서,
다른 메뉴를 시킬 때도 큰 용기는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다만 운영적인 부분이나 관리적인 부분이 아쉬워,
차라리 음식맛이 주인 배달장사를 중심으로 운영하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배달영업 중이긴 함!)
가게가 주는 분위기가 식사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고민하게 된 한 끼 식사!
[ 골목석쇠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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